2년 전 이맘때쯤 경주로 떠났다. 경주는 우리나라 관광 명소 중에서도 대표 관광지다. 약 천 년 동안 신라의 수도였고, 대한민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너무 유명한 지역이어서인지 아주 어린시절 이후 처음 방문하게 됐다.
몇십 년 만에 들어선 경주. 역시 입구부터 고풍스럽다. 유년기 머릿속에 남아있던 경주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내가 나이를 먹는 동안, 경주는 젊어졌다. 다양한 디저트가 파는 빵집, 카페, 아기자기하고 ‘힙한' 가게들이 한옥들 사이로 펼쳐져 있다.
하지만 첨성대만큼은 그대로다. 이미 천 년의 역사 속에서 올곧이 제 자리를 지킨 첨성대였기에, 내가 흘려보낸 몇 년은 세월은 첨성대에겐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다. 그날 본 첨성대는 마치 다빈치의 모나리나 같았다. 눈에 띄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묘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신비스러움. 해바라기꽃들이 첨성대를 둘러싸고 있는데, 노란 꽃보다 첨성대의 무채색에 더 눈길이 갔다.
관광객들이 하나같이 모여 첨성대와 셀카를 찍어댔다. 외국인 관광객부터 가족단위 방문객까지 땡볕 속에서도 표정이 밝다. 한참 사람 구경을 하고 있나노니, 첨성대를 처음 만났던 어린 내가 보이는 듯싶다. 저기 저 꼬마처럼, 나도 가족과 함께였다. 실로 거대하게만 보였던 첨성대였는데, 지금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이니 세월이 무상함을 느낀다.
여행은 추억을 소환한다. 우리는 여행으로 새로운 경험과 설렘만을 기대하지만, 이따금 오래된 기억을 꺼내어보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진면모일지도 모른다. 그때의 시간과 나, 지금의 시간과 나는 같은 듯 달라졌기에 이번여행이 더 애틋해진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순간. 이 특별함 때문에 우리는 갔던 곳에 또 가는 여행일지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나보다.
해바라기 사이의 첨성대 사진이 참 멋집니다!^^